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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ime to travel

2022 제주 Day17

오늘은 비 소식이 있는 날이다.
일어나서 다시 보니 오후 5시나 되어야 비가 온다기에 빨래도 후다닥 하고 있는 야채 긁어모아 마당에 가서 앉아서 아침을 먹는다.



역시나 여기 와서도 잘 먹고 있음. 어제저녁에도 주인집 해녀 언니가 보말이랑 오분자기를 주셔서 오빠는 출근 전에 칼국수 면까지 만들어 놓고 갔다. 오늘은 보말 칼국수를 먹어보겠구먼.

언젠가 토마토 파치라면서 큰 봉투 하나 가득 주신 토마토들이 너무 많아서 토마토 마리네이드도 해봤다.


양파가 떨어져서 집 한편에 가꾸어놓으신 텃밭에 가서 양파도 하나 뽑고, 바질을 대신할 깻잎도 몇 장 담아본다. 깻잎 줄기에 달팽이가 있는 걸 보니 정말 깨끗한 곳인가 싶은 생각이 들어서 황송해진다.


보말을 씻어 놓고 보니 넘 예쁘다. 바닷가에서 보말 좀 따보려고 했는데 뭐가 뭔지도 모르겠더만 이렇게 먹어보는 구나. 엊그제는 주인언니 육촌 언니라는 해녀 왕삼춘이 물질을 하러 가시기 전에 집에 들르셨는데, 남편이 널어놓은 기모 서핑수트를 탐내셨다. 저런 것 사고 싶으시다고 ㅎㅎㅎㅎ 이제는 무릎이 아파서 얕은 물에서는 물질하기 힘드시고 깊은 곳에서 물질이 더 편하다고 하시는데, 작살로 물고기 잡는 건 이 동네에서 최고라고 하시는데 넘 귀여우심. 나중에 구경가고 싶음!! 이라고 남편이랑 동시에 외쳤다. 정말 기회가 있을까…


삶고 나서 속을 꺼내는데 이것도 손이 많이 가는구나아..반 정도는 내장빼기 실패.


비가 많이 오는 게 아니고 미스트 상태로 바람에 흩날린다. 만들어온 우비가 입어보고 싶어서 자전거를 타고 해안도로로 나갔는데 평소보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이 많다. 이런 날은 고글이 필요하군… 장화를 가져와서 비오는날 첨벙 거리면서 우비 입고 비를 맞아보고 싶다. 오늘은 십여분 만에 집으로 들어왔다. 제주 동쪽 이라는 책을 읽는데 매일 지나다니는 동네 이야기 들이 많이 나와서 흥미롭다. 해녀 이야기가 주를 이루는 듯. 정말 대단하고 고된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난 물을 무서워해서 물질은 아닌 듯…그래도 여기서 태어났으면 물질을 했으려나?

언니가 물질 끝내고 들어오시길래 인사를 했더니 홍해삼, 낙지에 성게알까지 먹으라고 주셨다. 이젠 죄송해서 못받겠는데…했다가, 지금 아니면 언제 이렇게 먹겠냐고 하시는 말씀에 또 낼름 받아 챙긴다.


호옹…
어제 과자를 한박스 드렸더니 세박스를 주문하셔서 서둘러서 인터넷으로 주문을 넣었다.

이거 드리면서 애들이나 좋아하는 과자선물셋트를 드리는게 좀 웃긴가 싶었는데 건강식을 드시는 분들에게는 이런게 별미이신가보다. ㅎㅎㅎㅎ

오빠가 아침에 직접 반죽해서 만들어 놓고 간 수제면에 내가 열심히 깐 보말 넣어서 걸쭉한 보말 칼국수에 홍해삼, 오분자기, 뿔소라, 낙지에 마리네이드 토마토에 김치로 한상이 차려졌다. 여기에 세화 오일장에서 산 누룩으로 만든 막걸리까지.


하루하루가 술을 부르는 저녁상이다.

아니 이게 무슨일이야!!!
넘 행복한 밥상이잖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