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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st Ordinary life

남편의 샐러드

중국 영향도 있고, 명절이기도 했고
우리 둘이 집에서 삼시세끼를 같이 먹는다.

정말 눈떠서 하루종일 집에 같이 있는 듯.

설거지가 넘 많아져서 슬슬 지쳐갈 무렵.

내가 뭐라도 해보라고 등을 떠 밀어서인지 뭔지 남편이 샐러드를 만들어보겠다고 한다.

뭔가 먹고 싶으면 후다닥 레시피를 검색하고 집에 있는 재료를 끼워맞춰서 음식을 만드는 나와는 달리 샐러드 책을 검색하신다.

교보 문고를 가봐야겠다고 해서 동네에도 교보 문고가 있으니까 찾아봐라, 가기전에 재고가 있는지 찾아봐라 잔소리를 하고, 동네 도서관에도 책이 있을텐데 등 나도 모르게 잔소리만 줄줄 늘어놓게 되서 진이 빠지기 시작한다.

책 타령을 몇 일하고, 결국은 동네 도서관들에서 샐러드 관련 책을 몇 권 상호대차로 해서 받고 나서 책을 정독하신다.

음...

이제는 재료에 대한 질문들을 하신다. 집에 퀴노아 있어? 화이트 와인식초 있어? 등등

있는 것보다는 없는 게 더 많고 질문 받는 것도 힘들어 지쳐서 그냥 필요한 재료 리스트를 공유해달라고 했다.

재료들을 보니 온라인 쇼핑이 나을 것 같아서 반은 쿠팡직구로 나머지 재료들은 마켓컬리로 주문했다.

장 보는데 9만원쯤 쓴 듯.

그나마도 쿠팡 직구가 하루하고 반나절이나 늦게 도착한 탓에 언제 오냐 목빠지게 기다리다가 드디어 책을 펼쳐놓고 뭔가 하시더니 샐러드가 쨘~

오호라 괜찮은데?

생무화과를 구하기 어려운 철이라 냉동실에 있던 반건조 곶감을 넣으셨다는데 식감도 괜찮고 코파랑 어울려서 점심 때인데 와인을 부른다.

와인을 홀짝이며 빵이 없음을 아쉬워 했다는.

근 2주는 걸린 것 같지만 오...아주 훌륭했어.

끝나고 설거지도 꼼꼼하게 하시고, 주방 바닥 더럽다고 초초초 잔소리 하시면서 싹싹 닦으시고 이게 좋은건지 아닌지 애매모호 하지만 응원해줘야겠다.

우리집에서 샐러드 제일 잘 만드는 사람을 만들어드려야겠다. 우쭈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