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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s time to travel

백두산 북파 자유여행

2019년 7월 23일

드디어 아침.... 몇 일동안 새벽 5시 기상인지....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건, 천지를 봐야겠다는 마음 하나이니까 반짝 가볍게 일어나서 씻고, 가방도 잘 챙겨서 말은 잘 안 통하는 주인 할아버지에게 가방을 맡겨 놓고 집을 나섰다.

햐... 공기 좋고



공기도 좋거니와, 쭉쭉 길게 자라난 소나무들의 호위를 양 옆으로 받아가며 걷는 기분이 참 좋았다. 근데 생각보다 멀어.... 왜 우리 택시타고 가라고 안 해준걸까....



​설명해준 곳으로 도착했는데, 아무도 없다.



그래도 꾸역꾸역 다시 5분 정도를 걸어서 안으로 들어가니 사람들이 줄을 서있다.



오오 나도 줄서야 할 것 같은 긴장감이 밀려온다. 줄 서는 곳이 두 곳이기에 알아보니 우린 인터넷으로 이미 표를 다 샀다네? 그래서 우린 버스를 타는 줄로 가서 기다렸다.



20분 정도 기다렸나. 6시 50분 딱 시간 맞춰 게이트가 열리고 여권이랑 버스표와 백두산 입장권을 꼼꼼하게 검사하고 QR 코드를 찍고 버스를 탔다.

엥 이건 내가 봤던 후기랑 다른데?

생각해보니 이 표는 다들 사서 쓰지 않고, 택시를 대절해서 바로 북파입구로 가는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버스표가 알리페이로 백두산 표 살 때 디폴트로 들어가던데...

입장 시간보다 일찍 가는 건 입장시켜준다고 해서 우리는 일찍 천지에 올라가서 혹여라도 날씨가 안 좋으면 기다릴 요량으로 일찍 출발했다.



​여기서 북파 입구까지 버스를 타고 가서, 다시 녹색버스로 갈아타고 내려준 곳이 봉고차 티켓을 파는 곳이다.





​​​봉고차 탈 때 기사님 옆, 앞자리에 앉았는데 기분 업업되서 신나게 올라갔다. 초록초록한 능선에 핀 노란 야생화들도 정말 예쁘고, 앞 차와의 간격을 유지하는 건지 코너를 돌 때도 속력을 절대 줄이지 않는 기사님의 카리스마!

아우~ 스릴 만점에 이렇게 올라가면 천지가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점점 커졌다.



지금 보니 하늘 잔뜩 흐린데, 왜 저때는 저걸 모르고 기분이 둥둥 떠 있었을까 ㅎㅎㅎ



봉고차에서 내려줘서 내리니 사람들이 벌써 무지 많아서 또 놀램. 대체 이사람들은 몇 시에 온거냐....



​그래도 꾸역꾸역 올라가 봄.

아예 사람들은 작정하고 구석 어디엔가 주저 앉아서 가져온 온갖 간식을 까먹기 시작한다.

수퍼에서 낱개로 포장되어 있는 빵부터, 과자, 소시지, 땅콩 등등 ㅎㅎㅎ 덕분에 저녁에 열차 타기 전에 수퍼가서 사람들 먹는 것 부러웠던 거 왕창 사서 열차 기다리면서 먹으면서 좋아함 ㅋㅋㅋㅋ 아, 천지보러 올라가서 남들 먹는 수퍼마켓 간식들만 눈에 한껏 담아 왔음.

이렇게나 안보이는 날인데.



그래도 잠깐 아주 잠깐 안개가 없어진 틈을 타서 맞은 편 동파 북한 쪽 케이블 줄은 봤을 땐! 와아아 보인다~~ 이러면서 다들 소리를 질렀더랬다.

하지만 곧, 뒤에서 비키라고 소리지르고 정말 작정하고 밀고, 오빠랑 나랑 추워서 팔짱끼고 서 있는데 그 사이로 들어오겠다고 팔 들이밀어서 그 아줌마 손이 내 가슴이 닿아서 화들짝 놀래고, 아니 우리랑 팔짱 끼려고 하는 겁니까! 물론 말이 안 통해 못 말해줌...

밀지말라고 얘기하고. 아~ 이런 몸싸움을 20-30분 했더니 진이 빠져서 그냥 내려와서 무려 20위안 짜리 신라면을 먹으면서 쉬었다. 비도 살짝씩 계속 내려서 공기도 정말 차가웠다.


​​저 땐 저게 잘 보인다고 찍은건데, 진짜 나만 보인다고 생각할 듯 ㅎㅎㅎ

얼굴도 시리고, 공기도 정말 차가워서 마스크 하고 간 오빠가 무지 부러웠는데 다다음날 서파 갔을 때는 무장하고 갔더니만 엄청 더웠음. 변화무쌍한 천지 날씨.

그래도 바람막이 만든 것도 자알 입고 다녀서 뿌듯했다. 이 와중에 옷 만든거 생각하고 ㅎㅎ

라면 먹으면서 몸도 좀 녹이고,
겨우 자리 찾아서 앉아서 라면 먹는데, 중국 할머니가 자기 손자 앉혀야 된다고 일어나라고 해서 또 잠시 황당...했지만 오빠가 우리 거의 다 먹었으니까 등샤등샤 이러면서 좀 기다리라고 말해줘서 뭔가 모를 중국 생활의 내공이 느꼈다.

다다음날 북파에서 천지를 봤으니 망정이지.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날 갔던 건 정말...자기가 더 좋은 자리에서 보겠다고 밀던 사람들 때문에 아우성 이었어서 기분이 참...그랬다. 삼대가 덕을 쌓아야 본다면서 그렇게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사람들을 보니 밉기도 하고, 그걸 미워하는 마음을 가지는 나도 참,,,안되겠다 싶고.

춥고 피곤한데 맘도 안 좋았던 안개 낀 천지

그래도 라면 먹고 내려와서 여기저기 다니는데 다시 더워지고 마음이 스르륵 풀렸음.







온천, 폭포, 소천지까지는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봤더니 2만보 이미 찍고 몸도 마음도 피곤해져서 지하삼림 -자작나무 트레킹을 건너 뛰었는데 음...좋았겠지만. 정말 저 때는 저기까지가 한계였다.



이틑날 서파에도 갈 계획이었는지라, 계단을 위해서 오늘은 여기까지만 이라는 마음으로 몸을 사리게 되는 40대의 여행...

그래도 맥주는 끊지 못하고 틈틈히 먹어주고 밥 제대로 못먹으면 몸도 마음도 피폐해지는 이런 나를 보니, 부모님들은 무릎도 발목도 체력도 더 안 좋으실 텐데 어찌 오셨던 걸까 싶었다. 패키지 여행은 일정도 더 빡빡할 텐데...




​​​​​​​​​
따뜻한 물이 산에서 부터 흘러나오니 신기한데 몸을 담글 수 없어서 아쉽지만, 이 후에 초록초록한 길을 걸으니 이런 곳에서 일주일만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는다. 물론 야생동물도 드글드글 무섭겠지? 밤에 여우 출몰하고 막 그럴 것 같은 곳.

녹연담도 지난 리장여행에서 봤던 옥룡설산 가는 길에 있는 람월곡 보다는 인간적인 물 색깔이라 뭔가 친근했다는. 람월곡은 정말 물감탄 것 같잖아~

사진으로 다시 봐도 녹색은 내가 알던 녹색이 아니고, 녹색이라는 단어로는 표현할 수 없는 여러 단계의 파릇 푸릇 찬사가 나오는 풀과 나무의 색이다.

좋네.




다시 20위안 표에 포함되어 있는 버스를 타고 아침에 걸어왔던 무슨 중심으로 무사히 도착해서 다시 무슨 1원짜리 버스를 타고 호텔로 무사히 돌아왔다.

위챗페이 따위는 안되고 온니 현금만 받는 버스라서, 버스 기사 아저씨 중계로 승객 아주머니가 빳빳한 1원짜리 10장으로 바꿔주셔서 잔돈도 챙기고 ㅎㅎㅎ 이래저래 뿌듯했다.

왠지 택시말고 버스타면 더 뿌듯함...

알고 보니 버스가 있던데! 숙소 아저씨는 왜 우리보고 걸어가라고 한건지 의아했는데 버스 시작 시간이 아침 6시 40분 이었다. ㅎㅎㅎ






그래서 이도백하 기차역으로 갈 때는 다시 버스 타고 감.

천지는 보지 못했지만 뭔가 성공적인 북파 여행. 가기 전에 검색 무지 많이 했는데, 막상 가니 네이버 검색도 막혀서 잘 안 되고,,, 사람들 도움을 받아서 조심조심 헤매지 않고 여유롭게 다녀온 것에 감사한 날 이었다.